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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fford Curzon(18th May 1907 ~ 1st Sep. 1982)

[ Stained-Glass of a tone ]

Curzon at his young age [ from Philips Classics ; The 20th century pianists ]

   지금 얼마만큼이나 피아노 연주의 예술이 잘 계승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 개인 의견으로는 그 전통은 지금 살아 있는 피아니스트들보다는 차라리 고인(故人)들의 레코드에서 찾는 편이 더 나은데, 그리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클리포드 커즌도 이 중에 확실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즘 어느 피아니스트가 이미 편집까지 다 마친 녹음의 발매를 그렇게 많이 거부해도 레코드 회사에서 '짤리지 않고' 무사할 수 있겠는가?

   클리포드 마이클 커즌(Clifford Michael Curzon)1907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로 유명한, 작곡가 케텔비의 조카로 13세 때 런던 왕립 음악원에 입학하여 찰스 레디(Charles Reddie)와 캐서린 굿슨(Catherine Goodson)에게 배웠다. 16세 때부터 헨리 우드(Henry Wood; 명 지휘자로 편곡도 많으며, '전람회의 그림'의 편곡도 있다. 본의 아니게 ^^ 런던 심포니가 탄생하는 발판을 제공하기도 했다)에게 발탁되어 프롬나드 콘서트에서 바흐의 3대의 쳄발로를 위한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아르투르 슈나벨을 듣고 감명받아 베를린에서 1928~30년 동안 그에게 배웠으며 파리에서는 란도프스카와 나디아 불랑제에게 사사했다. 1926년 모교의 교수로 취임했으며, 1932년 영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생활을 시작했고 1939년에는 뉴욕에 데뷔했다. 젊었을 때는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도 연주했으나, 나이가 들면서는 거의 모차르트에서 브람스까지의 독일 고전-낭만 작품의 연주에 주력했으며 국민주의 작곡가들의 것은 다소 부차적이었다. 1937년부터 Decca에서 녹음을 시작했으며, EMICBS에서 녹음한 몇 예외를 빼면 1970년대 초반까지 거의 Decca에서만 녹음했다. 이 시기에 그는 박하우스, 아슈케나지, 굴다, 카첸 등과 함께 명실공히 Decca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였다. 주로 유럽에서 활약했으며, 녹음도 거의 유럽 오케스트라 및 앙상블과 한 것이 대부분이다. 스튜디오 레코딩은 1972년까지 거의 끝났으며, 그 후는 주로 방송용 녹음만 남아 있다. 1977년 작위를 받아 Sir 칭호를 얻었으며, 198291일 런던에서 사망했다.

   커즌은 결코 화려한 연주 생활을 보낸 연주자는 아니었지만, 평론가들 중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으며 좋았던 시절의 Decca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였음에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려면 슈베르트 소나타 21을 들어 보라고 권하는데, 이 음반에서 그의 다채롭고 빛나는 영롱한 음색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며, 훌륭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연상된다. 아쉬운 것은, 그가 녹음에서 루돌프 제르킨과 맞먹을 정도로 신중했으며, 그 발매 여부에서는 아마 내가 아는 연주가들 중에서는 가장 까다로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존 컬쇼(John Culshaw)의 뒤를 이어 1967년부터 27년 동안 Decca 고전음악 파트의 책임자였던 레이 민셜(Ray Minshull)은 이 까다로운 연주자와 일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일을 최근의 Decca 음반 해설에서 생생히 전해 준다. 원래 민셜은 컬쇼에게 책임자 자리를 넘겨받은 후 모차르트 협주곡 23, 24, 26, 27번의 녹음 결과에 매우 만족하여 커즌에게 직접 편지로 협주곡 전집 녹음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커즌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기대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일은 그의 신중함 때문에 잘 진척되지 않았으며, 발매할 수 있던 것은 결국 케르테스 지휘 23/24번과 브리튼 지휘 20/27번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중력과 섬세한 신경을 방해하는 것은 결코 참지 않았으며, 녹음 팀도 자신이 늘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아니면 거북해했던 모양이다(만년에는 민셜과 엔지니어 케네스 윌킨슨 Kenneth Wilkinson 팀을 좋아했다고 한다).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Kirsten Flagstad)는 예술가 커즌을 존경하여 스튜디오로 찾아온 일이 있었으나 만나볼 수 없었으며, 집중을 방해받아 화난 경우는 누구도 그를 말릴 수 없었다고 전한다.
   그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발매를 허용하지 않았는데, 특히 그가 즐겨 연주했던 모차르트 협주곡들의 녹음에서 현저하다. 일찍이 조지 셀 지휘 빈 필과 1964년 녹음한 23/27번은 커즌의 '발매 불허' 판정으로 2003년에야 'Original masters' 시리즈로 나왔으며, Philips의 피아니스트 시리즈 속에 있는 케르테스 지휘의 26/27번은 이미 발매된 23/24번과 같이 녹음했으나, 역시 아무리 설득해도 발매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리즈 덕에 발매될 수 있었다(그런데, 연주가가 발매를 금지한 녹음을 나중에 이렇게 내놓아도 되는 걸까). 명연으로 이름이 높은 브리튼 지휘 20/27번의 음반은 녹음 후 8년이나 지난 후에 간신히 발매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27번에서 녹음 후 다른 뉘앙스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발매를 허용하지 않다가 다른 녹음을 하기 전까지는 발매를 허용하기로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한다(1984년 하이팅크 지휘의 로열 콘서트헤보우와 실황 녹음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그의 죽음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음반으로 그를 아는 한에서는 Decca의 스튜디오 녹음들이 우선인데, 그가 만족할 만한 때만 발매를 허용했기 때문으로, 그런 점에서 볼 때는 최근에 많이 나온 방송용 녹음들의 발매를 커즌이 좋아할지 의문이다. , 그의 '진짜 의도'는 정식 스튜디오 녹음에 담겨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DeccaClassic SoundLegends 시리즈, 최근에는 Original Masters 시리즈로 그의 음반을 집중적으로 재발매했는데, 산발적으로만 발매되어 제대로 구해 보기 힘들던 커즌의 음반의 진가를 알린, 매우 기쁜 일이다(사실 나도 이 전에는 그의 음반이 거의 없었다. 성음 LP 시절에 나왔던 몇 개를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황에서 그의 연주를 보려면 OrfeoBBC 등에서 발매되는 녹음들이 괜찮다(Audite의 베토벤/모차르트 협주곡은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 만든 디스코그라피에 의하면, 15명의 작곡가에 대해 약 40작품의 녹음이 남아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것을 고른다면 아무래도 슈베르트 21번 소나타이다. 다소 빠른 템포를 취하면서, 투명하고 찬란한 음색의 미묘한 아름다움과 안정되고 일관성 있는 해석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듣기 좋은 것은, 빈 필의 멤버들과 - 8중주단과 빈 필 4중주단 - 호흡을 맞춘 드보르작, 슈베르트,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곡이다. 부드러운 현의 흐름과 피아노의 은은한 아름다움이 잘 조화된 들어 볼 만한 연주다. 1950년대 초에 브람스 피아노 4중주곡 2, 5중주곡, 슈만, 드보르작, 프랑크의 5중주곡을 부다페스트 4중주단과 미국 Columbia에서 녹음한 레코드도 있는데 지금은 NaxosCD로 구할 수 있지만 브람스와 슈만을 들어 본 바로는 커즌의 특성이 잘 잡혔다고는 보기 힘들기 때문에, Classic Sound 시리즈의 한 장으로 발매되었다가 나중에 Original Masters 2집으로 다시 나온 드보르작과 슈베르트의 것을 꼭 권하고 싶다. 셀 지휘 런던 심포니와 협연한 브람스 협주곡 1은 종합적으로 박하우스, 길렐스, 제르킨 등의 음반과 함께 기본적으로 추천받아야 할 명연주다.
   내 개인 취향으로는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모차르트의 협주곡들보다는, 전반적으로 슈베르트, 슈만, 리스트 등의 음반 쪽이 더 들을 만 했다. 그 중에서는 얼마 전 Legends로 나온 슈만 '환상곡''어린이 정경',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이 좋았으며, 슈베르트 소나타 17은 녹음이 불만이었고(매스터 보관 상태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음악의 순간'은 너무 규모만 크고 뻣뻣하게 들리는 흠이 있어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Double Decca 중 하나로 나왔다가 Original Masters series의 박스에 들어간 차이코프스키 1, 그리그, 라흐마니노프 2, 브람스 2(나중 둘은 아쉽게도 모노럴이다)은 커즌의 명인기(名人技)를 볼 수 있는 저렴한 양념이다. 베토벤 녹음이 적은 점은 정말 아쉬운데, 그나마 스테레오는 크나퍼츠부쉬/빈 필과 협연한 '황제''영웅 변주곡' 뿐으로, 전자보다는 후자 쪽을 추천한다. 레전드 시리즈에서 5번과 붙어 최근 발매된 협주곡 4(모노랄)보다는 5이 더 나아 보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커즌은 몇 가지 면에서 확실히 에트빈 피셔를 닮았다. 다소 낭만주의적인 스승에게 사사했으면서도 현대적인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 점이나 - 커즌 자신이 베를린에 있던 학생 시절에 얼마나 푸르트뱅글러의 연주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그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지를 말한 것을 지금 우리들이 본다면 그의 고전주의-금욕적인 피아노 스타일을 감안할 때 재미있지 않은가? - 나이가 들수록 점차 현대음악 연주를 줄이고 고전-낭만 레파토리로 돌아선 것, 그리고 무대 공포증에 시달렸지만 실황에서도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받았던 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인데) 개성적인 음색을 잘 들려 준 훌륭한 녹음들을 우리에게 남겨 준 점이다.

The Resources

(c) 2000~,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시에는 미리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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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25th Oct. 2000
Last Update ; 3rd Dec.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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