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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er Gieseking(5th Nov. 1895~26th Oct. 1956)

[ I want to hear the beautiful sound from my piano ]

Walter Gieseking(photo ; Fayer, Wien)

   EMI는 명실공히 20세기 초부터 1950년대까지의 고전음악 음반계를 대표하는 음반사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특히 EMI에서 1950년대에 녹음한 피아노 음반을 들을 때마다 가끔 '열이 받는다'. 그 훌륭한 피아니스트들과 녹음하면서, 녹음은 겨우 이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이 시대의 EMI 녹음은 거의 모두 78회전 시대부터 사용했던 노후한 장비로 행했으며, 이것을 고려하면 (특히) 피아노 음반들이 연도에 비해 가끔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 하다(피아노 음색을 제대로 잡아내려면 아주 섬세한 녹음 기술이 필요하다). 50년대 초에 비하면, 차라리 30년대의 피아노 녹음들이 더 괜찮은 경우가 많을 지경이다. EMI의 이런 노후한 장비 덕에 가장 손해를 많이 본 피아니스트라면, 아마 발터 기제킹일 것이다. 그의 '크리스탈을 연상시키는 음색'이 제대로 잡힌 EMI의 녹음은 정말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발터 기제킹은 프랑스 리용(Lyon)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모두 독일인이며 국적도 독일이다. 어릴 때는 주로 부모에게 피아노의 기초만 배웠고, 정식 음악 교육은 1911년 어머니의 고향인 하노버(Hannover)로 이주하면서 시립 음악원에 입학하여 카를 라이머(Karl Leimer)에게 사사하면서 시작되었다. 어릴 때 벌써 슈만 '환상곡' 등을 공개 연주했다니 재능은 타고난 모양인데, 음악원 입학은 16세 때니 출발이 결코 빨랐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과 5년 후에 하노버에서 리스트 협주곡 1번으로 데뷔를 하면서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차 세계 대전 후에는 유럽 연주여행을 시작할 정도로 인정받았다. 1922년에는 roll 녹음을 시작했고, 26222일에 시작한 미국 연주여행으로 절찬받았다. 파리 데뷔는 1928년이었다. 이 시기부터 특히 프랑스 인상파 음악의 연주로 주목받았는데, 그의 연주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드뷔시와 라벨의 연주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가 왜 나치 치하에 남아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비록 그가 두드러진 나치 찬양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1948년 초반까지는 연주 활동 자체를 금지당했으며, 1949년 전후 미국 첫 방문으로 카네기 홀 연주가 계획되어 있었으나 미국 재향 군인회의 항의 시위 때문에 연주를 취소해야만 했다. 1953년에는 카네기 홀(422)을 시작으로 미국에 다시 등장했으며, 1956년 봄 약 2개월 동안 연주 여행하여 절찬을 받았다.
   
다음에 말하겠지만, 그는 그의 두드러진 암보 능력을 이용하여 매우 바쁘게 연주 여행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두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 첫 사고는 그리 크지 않았던 모양이나, 1955년의 둘째 사고는 동행했던 부인을 현장에서 잃었고 독일 신문에 부고기사가 났을 정도로 매우 큰 사고였다. 그 자신도 재기 불능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나, 운좋게 다음 해 봄에 완전히 회복하여 연주를 재개했다. 그러나 이런 바쁜 스케줄의 후유증 때문인지, EMI의 런던 애비 로드 3번 스튜디오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녹음하던 중 갑자기 격렬한 복통을 호소했다. 바로 근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예후가 좋지 못해 1026일 타계하고 말았다. 사인은 급성 췌장염이었다(췌장의 소화 효소가 자기 자신을 소화시켜 버리는 병으로,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다. 매년 미국에서만 최소 수 천 명은 이 병으로 죽는다고 한다). 마지막 녹음 세션은 1017~22일에 있었는데, 맨 마지막 녹음은 베토벤 소나타 10곡 외에 쇼팽의 '뱃노래''자장가'였다고 한다.   

   기제킹의 음악에 대한 태도는 우리 나라에서도 몇 번역본으로 볼 수 있는데, 우선 스승 라이머와 공저한 "현대 피아노 연주기법(Modernes Klavierspiel)"은 기제킹의 연주를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의 서문은 기제킹의 것인데, 자신이 "배운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라이머의 방법에 대한 조건 없는 신봉자"라고 한 것처럼 책 내용이 그대로 그가 밟은 길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이머는 이 책에서 '격렬한 귀의 훈련'을 강조한다. 이것은 먼저 '자기 자신의 연주를 듣는 훈련'을 강조하며, 자신의 연주에 대한 리듬, 음색, 템포 등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었다. 세밀하고 정교한 뉘앙스가 특징인 그의 연주는 이렇게 철저히 훈련된 귀를 기초로 한 것이 틀림없다. 라이머가 이 책에서 "기제킹의 드뷔시와 라벨 연주는 전세계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천하 일품이라고 칭찬하고 있는데, 이는 온갖 종류의 터치와 뉘앙스에 대한 완전한 숙달에서 기인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리고 정신 집중에 의한 암보와 이에 의한 레파토리 확장도 길게 언급하고 있는데, 기제킹의 놀라운 암보와 레파토리 관리 능력은 여기서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기제킹의 암보 능력은 동시대의 어느 누구도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바르토크나 하인리히 노이하우스(리히테르길렐스의 스승)도 상당한 암보 능력을 지녔다고 하는데, 기제킹은 정말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저녁에 연주회를 열고, 이 후 받은 신작 악보를 기차 안에서 읽은 후 바로 다음날 저녁의 연주회에서 암보로 완벽하게 연주하는 식이다. 이 정도의 집중력과 암보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에 3~4 시간만 연습하더라도 충분히 연주회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암보에 의존하다 보니 그의 레코딩을 악보를 보면서 따라가다 보면 실수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미스터치 뿐 아니라 '잘못 기억한' 부분이 나타나는데, 아무리 기제킹처럼 전설적인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정말 100% 완벽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위의 내용에서 연상할 수 있겠지만, 그의 음악은 '순수함, 간소하고 정확한 스타일, 예리한 통찰력, 다채롭기 이를 데 없는 뉘앙스'로 요약할 수 있다. 악보의 정확한 재현이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만큼 결코 악보를 벗어나는 과장된 표현은 없는데, 그의 연주를 개성 있게 들리게 해 주는 가장 큰 요인인 그의 음색은 정말 훌륭하다. 그는 키가 190cm 이상 되어서 관객이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다는데, 그가 들려 주는 소리는 정말로 투명하고 아름다왔다. 그의 몇 남지 않은 스테레오 레코드 중 하나인 모차르트 가곡집에서는 그의 동글동글하면서 투명한 음을 비교적 잘 들을 수 있다. 페달을 별로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훌륭한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터치 감각이 정말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성기인 20~30년대에는 이것보다 더 훌륭해서 "기제킹 이상 섬세 미묘한 소리를 들려 주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니 할 말이 없다. 그는 피아노를 가리는 일조차 없었다고 하는데(일류 피아니스트에게는 아주 흔하다. 자신의 피아노만을 고집하여 연주 여행 때 운반했던 호로비츠를 생각해 보자) 자신의 터치 감각과 기술에 엄청난 자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의 제자인 딘 엘더(Dean Elder)는 조셉 바노웨츠(Joseph Banowetz)의 훌륭한 '페달링의 기법(The pianist's guide to pedaling)'이라는 책에 '기제킹의 드뷔시와 라벨 연주'라는 제목으로 한 장()을 기고했는데, 그의 음에 대해 "투명하고 타악기적이 아니면서도 엄청난 다이내믹의 범위를 가졌다"고 말한다. 그는 또 기제킹이 "나는 내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소리를 꼭 들어야 하겠어"라 말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아닌 기제킹이 한 말이라면 나는 정말 공감한다. 그의 라벨/드뷔시 연주가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한 측면을 정확히 짚어낸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딘 엘더는 레코드와 비교하면서 설명해 주는데, 이 정도로 한 거장의 의도가 레코드와 본인의 설명까지 곁들여 잘 남은 전례는 별로 없다. 기제킹이 "페달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지 않냐"고 의심하는 분들께는, 이 책은 아주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기제킹의 음반은 실황/방송 녹음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의 기막힌 음색을 제대로 포착한 음반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책임은 마땅히 테이프 녹음 시대에 그와 계약하고 있던 EMI가 져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EMI1954년부터 실제로 스테레오 레코딩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1955~56년 레코딩의 상당수는 모노랄로만 들을 수 있다. 1955년 이후 대부분의 녹음을 이미 스테레오로 발빠르게 바꿨던 RCADecca와는 비교할 수 없다. 월터 레그의 아내였고 명실상부한 EMI의 간판 아티스트였던 소프라노 슈바르츠코프마저 이런 EMI의 굼벵이 행동에 불평을 털어놓았던 일도 있었다. 게다가 왜 그런지 몰라도, 그의 이 시기 음반들은 테이프 보존 상태마저 좋지 못한 모양으로 음질이 음반마다 들쭉날쭉하다. 슈바르츠코프를 반주한 모차르트 가곡(55년 스테레오), 멘델스존 '무언가집(56년 모노랄), 슈베르트 즉흥곡집(55년 모노랄) 등을 들어 보면 음질이 차가 큼을 쉽게 알 수 있다. 멘델스존의 것은 녹음이 가장 새것인데도 음질의 불안정이 현저하다. 이런 사정은 드뷔시/라벨의 음반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이런 아쉬움이 있더라도, 마땅히 기제킹의 음반 중에서는 드뷔시/라벨의 전집을 꼭 들어보아야 한다. 드뷔시는 1953~55년에, 라벨은 1954년 한 번에 녹음되었는데, 모두 좀 빠른 듯한 템포를 잡고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음향을 잘 들려준 연주다. 내가 갖고 있는 드뷔시의 일제 CD만 그런지 EMI의 본사 복각까지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이 전집은 녹음에서 손해를 많이 보았으며, 특히 전주곡 1집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로베르 카자드쥐(Robert Casadesus)가 녹음한 CBS의 드뷔시 및 라벨 전집에 비해 녹음이 많이 처진다. 라벨은 좀 소리가 나았는데, 내가 들은 것이 LP 뿐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본사 복각으로는 겨우 2001년 경에야 발매되었기 때문이다(일본에서는 이미 2~3회 이상 발매되었다고 기억한다). 기제킹의 이 두 전집을 들으면, 역설적으로 요즘의 연주들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가 눈에 확 들어올 것이다. Philips 피아니스트 시리즈 중에는 30년대에 드뷔시 전주곡집 등과 라벨의 작품들을 녹음한 것이 있는데, 그의 전성기의 음색이 어떤지 몹시 궁금하다.
   그는 당시에 모차르트의 스페셜리스트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의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전집도 많이 추천되는데, 나는 일부만을 들었기 때문에 이 전집을 다 들어 본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자면 요즘 피레슈(DG) 등의 좋은 연주가 많이 늘어나서 굳이 기제킹의 낡은 녹음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중가 8장 정도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슈바르츠코프와 연주한 가곡 17(본사 발매에는 한 곡이 빠졌다)은 매우 좋으며, 스테레오기 때문에 기제킹의 음색이 비교적 잘 잡혔다는 장점까지 있다. 슈바르츠코프가 좀 너무 기교를 부리는 듯한 느낌과 모차르트의 가곡 자체가 원래 슈베르트 이후의 것보다 별로 좋지 않다는 흠은 있지만... 그 외 로스바우트 및 카라얀과 녹음한 협주곡 20, 23~25번 및 관과 피아노를 위한 5중주곡 등이 있다. EMI 본사 발매는 1991년 모차르트 200주년에 맞춰 나왔다가 지금은 폐반되었으며, 국내 라이선스로 구할 수 있다. 협주곡에서도, 음질과 연주가 좋은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이 많기 때문에 꼭 사야 된다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위의 세 명의 작곡자가 우선으로 추천되지만,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녹음은 많다. 베토벤은 몇 곡만 들어 보았기 때문에 장담하면 좀 섣부르겠지만, 다른 곡도 어떻게 연주했을지 대충 짐작은 간다. 협주곡 4,5번은 EMI 정식 녹음으로는 카라얀 협연의 모노랄과 갈리에라 협연의 스테레오 두 종류가 있으며, 특이하게 1944년인데도 스테레오로 제작된 로터 협연의 5(Music & Arts)도 있다. 소나타로는 죽기 직전까지 스튜디오 녹음했던 몇 곡과(모노랄과 스테레오가 섞여 있다) 최근 Tahra에서 발매한 1949~50년의 방송용 녹음(4,5,7,20,22번을 제외한 27곡 수록)이 가장 체계적으로 모인 발매분이다. 베토벤보다는 오히려 다른 작곡가들의 것이 많이 추천되는데, 멘델스존의 '무언가집'과 그리그 '서정 소곡집'은 유명하다. 그 외에는 카라얀 지휘의 슈만/그리그 협주곡과 프랑크 '교향적 변주곡', 슈베르트 즉흥곡집과 음악의 순간, 3개의 소품집, 브람스의 소품집 외, 슈만의 카르나발과 어린이 정경 등EMI에서 녹음되었다. 이 중에는 슈베르트의 작품들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기제킹의 음반을 듣고 있으면, 앞에서 말한 라이머의 책 중의 한 귀절이 생각난다. "내가 가르친 학생이 연주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 정말 나와 똑같이 느끼고 있구나'는 생각이 든다." 라이머의 피아노 연주 방식이 지금 보아도 현대적이고 합리적이긴 하나, 나는 음악에서 이런 '몰개성화(沒個性化)'는 딱 질색이다. 제자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색채를 계발하도록 한 레셰티츠키나 '제자들에 대한 관대한 무관심'으로까지 불렸던(물론 제자들의 관점에서다. 노이하우스의 생각은 무관심과 거리가 멀었음은 물론이다) 노이하우스에 비하면 얼마나 다른가? 나는 라이머의 교수 방법에서는 기제킹 이상 가는 사람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현실도 그렇다), 그 교수법에 매몰되지 않고 장점만을 잘 살려 거장으로 성장한 기제킹의 능력에도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Gieseking, Philips Great Pianists Series I ; from Amazon

Photo Gallery

  at La Scala, Milano, with Elisabeth Schwarzkopf   In practising
  Gieseking's hands(1)   Gieseking's hands(2)

Links/Resources

  1. R.W.Krause's Walter Gieseking page ; 간략한 디스코그라피와 일생을 소개
  2. Great Pianists page ; 한 일본인의 개인 홈페이지. 간략하게 기제킹의 약력과 특징을 잘 소개했다.
  3. BBC에서 발매된 슈만/드뷔시/라벨 음반 리뷰
  4. Photo from ; Ravel's complete works(EMI Références LP C151-43093/4), Mendelssohn/Grieg(EMI CHS 5 66775 2), Mozart lieder(EMI Références LP 1015781)
  5. Gieseking's life ; liner note of 'The Art of Walter Gieseking', Toshiba-EMI TOCE 8131~36(6 CD set)
  6. Joseph Banowetz, The pianist's guide to pedaling, Indiana University Publishing, 1985 (Korean Translation; Eumak Choonchoo)

(c) 2001~ ,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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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1st Oct. 2000
Last Update ; 5th Ap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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