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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가 말하는 '나의 연주회' >

나는 왜 악보를 놓고서 연주하는가?

  오래전부터 직감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연주회에서 악보를 앞에 놓기로 결정한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였다. 레퍼토리가 제한되어 있고, 덜 복잡했던 옛날에는 일반적으로 악보를 보면서 연주했다. 이렇게 현명한 관습은 리스트에 의해서 끝나버렸다.
  이는 일종의 패러독스라 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음악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기보다 불필요하게 과잉된 정보가 채워져 있어서 두뇌 그 자체를 피로하게 만드는 위험성이 있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주자의 최고 과제인 이때에, '악보암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으며 헛된 일인가. 또 얼마나 쓸모없는 노력인가. 이는 나쁜 관습이며, 나의 스승 하인리히 노이하우스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거짓 영예인 것이다. 청중을 속이고 음악을 무미건조하게 만들어버리는 연주자의 '자유'와 '방종'은 음악을 향한 존경과 겸허함을 제거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악보가 그 어떤 질서와 연주자와의 조응을 가능케 하여 방종에 쐐기를 박아준다.
  물론 악보를 앞에 놓고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그러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 연습과 숙달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악보를 앞에 두고 연주하는 습관에 젖어드는 노력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고 싶다. 나의 이러한 건전하고 자연스런 방법을 받아들이라. 그러면 한 피아니스트가 일생토록 반복하는 똑같은 프로그램 때문에 피아니스트들과 청중을 지루하게 하는 것을 방지해 줄 것이다. 그리고 연주자 자신을 위해서도 좀더 풍부하고 다양한 음악 인생을 창조하도록 해 줄 것이다.

나는 왜 무대 조명을 거의 밝히지 않은 채 연주하는가?

  내가 무대 조명을 거의 밝히지 않은 채 연주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이를 즐겨서도,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내게 어떤 설명하기 곤란한 이유가 있기 때문도 아닌, 청중 자신을 위해서이다. 우리는 남의 행위를 훔쳐보는 취미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은 음악 연주 면에서는 최악인 상황이다.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의 변화는 음악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표출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는 음악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청중이 홀의 내부를 두리번거리거나 다른 청중을 보는 것도 그 집중력을 방해하고 상상력을 없애서 음악과 청중과의 사이에 장애가 된다. 음악은 가장 순수하게 그리고 직접적인 형태로 청중에게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무대 분위기가 청중의 졸음을 유발하기보다 오히려 집중력을 증가시키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original (c) 1994, Sviatoslav Richter
(c) 2001,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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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16th June,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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