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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히테르의 음반 >

Contributed in Audio & Records, p.188, Sep. 1997
Partly Corrected on June 2001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는 여러 면에서 현대 피아니스트들과 전세대 거장의 접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전에 태어난 세대인 루돌프 제르킨이나 호로비츠, 더 전인 에트빈 피셔박하우스, 코르토, 루빈슈타인, 기제킹 등은 모두 '자신의 개성적인 음색'을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리히테르에 와서는 이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특히 개성적인 음색을 자랑할 만한 사람은 (내가 얼마 못 들었지만) 상송 프랑스와,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굴드 외에는 찾기 어려운 듯하다. 그에게는 '구세대적인 특징''현대적인 특징'의 여러 면이 혼합되어 있다. 음색은 현대적이지만 해석 방법으로 보면 구세대에 가까우며, 극도로 개별적인 해석으로 개성적인 음색이 부족한 약점을 메꿔 주기 때문이다.
   그의 초기 음반들을 살펴보면, 가끔 그의 개성과 곡이 격렬하게 충돌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의 녹음에서 볼 수 있는 '타오르는 긴장감'은 이 때 이미 명백하며, 만년에는 이런 느낌이 많이 줄기는 했어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은 대부분의 녹음에서 살아 있다. 그가 서울 독주회에서 연주했던 라벨 '거울'의 화려함과 장대한 스케일, 완벽에 가까운 기교는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는데, 음반에서는 이런 면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훌륭한 것들을 몇 개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2,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
   비슬로츠키/바르샤바 내셔널 필하모닉, 카라얀/빈 심포니*
   녹음; 1959, 62*
   DG 447 420-2

   이 두 녹음 중에 차이코프스키가 정평이 높지만, 이 곡에서 필요한 강력한 추진력 등에서 볼 때 이 음반보다는 호로비츠의 음반 쪽이 더 매력적이다(호로비츠 음반의 초절기교를 누가 따라올 수 있을까!). 오히려 나는 라흐마니노프 쪽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 앞으로 어떤 녹음이 나오더라도 이렇게 템포를 자유자재로 다룬 것은 나오지 않을 줄 안다. 1악장 첫머리의 움직임, 3악장의 격렬한 박진감 등은 감상자의 기호(嗜好)를 떠나서 정말 압도적이다.
  

2.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2
   콘드라신/런던 심포니
   Philips 464 710-2
   녹음; 1961, 런던

   리히테르의 초절적인 기술과 열띤 기질로 볼 때 리스트는 그에게 꼭 맞는 작곡가이며, 첫 런던 나들이 때인 1961년에 런던에서 연주회 직후에 녹음한 이 녹음은 정말 훌륭하다.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화려한 기교가'의 리스트의 인상 뿐 아니라, 여기에 리스트가 서정가로서 갖는 매력을 유창하게 조화시킨 이 연주는 앞으로도 계속 이 협주곡 2곡의 기준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두 곡에서는 보통 기교를 강조하기 쉬운데, 리히테르의 훌륭한 직관력은 이 곡의 음악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잘 드러내 보인다. 1번의 장렬함이나 2번의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더없이 잘 표현했으며, 콘드라신의 협연 및 피아노의 테크닉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연주이다. 최근 Philips 50 years 시리즈로 베토벤 소나타들과 붙어 다시 나왔다.
  

 

3. 바흐; WTC(WTC 클라비어 곡집)
   RCA-BMG GD 60949(4CD)
   녹음; 1970(1),72,73(2), 클레스하임 궁전, 잘츠부르크(소련 Melodya 원반)

   리히테르는 바흐를 상당히 즐겨 연주한다. 이 곡집은 그로서는 이례적인 전집 녹음인데(스튜디오의 전집은 이 외에 베토벤 첼로 소나타집 뿐이다), 전집 전체의 완성도나 녹음 등 여러 면에서 피아노로 연주한 WTC의 표준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 녹음은 호로비츠가 연주한 D.스카를라티의 녹음(CBS) 같은 위치를 WTC에서 점하는데, 피아노의 큰 표현력과 쳄발로를 위해 작곡된 섬세한 양식의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하며, 그 가능성을 이 이상 더 잘 보여 준 연주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전체적으로 약간 낭만적이고 매우 유창한 연주이다. 역사적인 녹음인 피셔(EMI, 193336)와 비교해서 매우 흥미깊다.
  

4. 슈만 ; 교향적 연습곡, op.13(+베토벤; 소나타 27)
   Melodya-JVC VDC-1025
   녹음; 1971/9, 클레스하임 궁전, 잘츠부르크

   리히테르의 슈만 녹음은 하나같이 모두 훌륭하다. 그 중 이 곡은 리히테르의 장렬한 기백을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연주이다. 잔잔하게 주제를 들려 주는 속에도 짙은 음영(陰影)이 깔려 있으며, 힘이 요구되는 연습곡 6번 같은 곡에서는 정말로 폭발적으로 밀고 간다. 마지막 연습곡의 장대한 힘은 정말 훌륭하다. 슈만이 이 곡에서 표현하고 싶었을 의욕과, 그 특유의 그림자와 빛의 대조가 선명히 표현된 명연주이다. 이 곡의 연주나 녹음에서는 초판을 낼 때 슈만이 생략한 5곡의 변주곡을 제외하는 수가 많은데, 이 음반은 이 5곡을 중간에 넣은 완전 전곡이라는 이점도 있다. 일제 및 BMG 음반 등이 있었는데, 현재는 영국 Olympia 음반이 가장 흔할 것이다.
  

5. 슈만 ; 피아노 소나타 2, 나비, 빈 카니발의 어릿광대
   Toshiba-EMI TOCE-3082
   녹음; 1962/10,11, 이탈리아(실황)

   리히테르의 실황녹음으로 잘 알려진 것은 1958년의 소피아 리사이틀(Philips), 이 녹음 및 Double로 나온 리사이틀집(DG) 80년대 후반 이후의 '리히테르 에디션(Philips)'이다. 맨 마지막의 것은 전에 녹음했던 것들과 비교하면 더 나은 점은 별로 없으며, 전성기인 195863년 사이에 녹음된 것들이 좋다. 이탈리아 연주여행 중 녹음된 이 EMI 음반은 전성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귀중하다. 슈만은 그의 장기인 레파토리인데, '나비'의 세부까지 완벽하게 다듬어진 부드러운 연주는 특히 인상에 오래 남으며, '어릿광대'는 힘찬 전진적인 음악과 뛰어난 기교가 돋보인다.
  

6.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21B♭장조, D.960
   Melodya-BMG GD 69078
   녹음; 1972/6/8-9/11, 아니프 성, 잘츠부르크

   리히테르의 슈베르트 소나타는 참 특이한 느낌을 준다. 부드러운 서정만으로 감싸인 것은 결코 아니며(13번의 연주를 들어보면!), 특별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21번은 글렌 굴드가 '연주회장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감동했다'는 연주인데, 매우 느린 템포(1악장이 반복까지 합쳐 2430초에 가깝다)에 실린 슈베르트의 음악이 독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밝은 청량감을 강조한 연주는 결코 아니며, 느린 템포 속에서 울려 퍼지는 슈베르트 최만년의 우수 및 그늘, 독백 같은 것이 느껴진다. 느려서 지겨워진 것이 결코 아니며, 그만큼 '음악을 끝까지 더 오래 듣게 만드는' 솜씨가 돋보인다.
  

 

7.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2B♭장조 op.83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3f단조 op.57 '열정'
   RCA-BMG 07863-56518-2('경이적인 음반 10' 참조)

8.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3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다비드 오이스트라흐(vn)
   Melodya 74321 34181 2(리뷰 항 참조)

9. 베토벤- 첼로 소나타(5); 로스트로포비치(vc)
   Philips 442 565-2(2CD), 464 677-2(2CD)
   녹음; 1961/7(3), 62/2(1,2,5), 63/3(4),

   이 연주는 규모의 크기나 완벽한 기술에서 특별한 지위에 올랐다. 실내악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설득력과 감정 표현력을 보이는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격렬하면서도 강인하게 음악을 전개해 나가는 리히테르의 앙상블은 독특한 맛을 준다. ,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로스트로포비치의 표현이 실내악보다는 협주곡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다소 낡았지만 정열적인 설득력이 있는 카잘스/제르킨의 모노럴 음반(CBS)이나, 기술적인 완성도는 덜하더라도 음악이 매우 잘 융합되고 실내악적인 따뜻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196522일과 5일의 파리 실황 녹음인 푸르니에/켐프의 기념비적인 연주(DG)가 훌륭하다. 이 세 음반은 어느 것이나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며, 모두 저렴하다. Philips 녹음은 Duo로 나왔으며 요즘 50years series로 재발매되었다.
  

10. 리히테르 에디션(Philips, 21CD)
   녹음; 1963(베토벤 소나타 9,11), 8692

   리히테르 최근의 녹음들은 Decca에서 발매한 일련의 198689년 이탈리아 스튜디오 레코딩이 주류였는데, 실황녹음(일부는 아니지만)들이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은 이 음반이다. 바흐에서 프로코피에프 및 쇼스타코비치까지 넓은 그의 레파토리가 정리되어 있는데, 나는 일부밖에 들어 볼 기회가 없었으며, 들어 본 중 최소한 베토벤은 아쉽게도 - 여전히 훌륭하고 여유는 생겼지만 - 그의 전성기의 녹음에 비하면 힘과 개성이란 점에서 다소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특히 '열정' 소나타는 1960년의 RCA 녹음에 비하여 특유의 추진력 및 강렬한 개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 전집에서는 전에 구하기 힘들었던 베토벤 소나타 18, 28, 3032번 및 3중주곡 '대공', 관악기와 피아노를 위한 5중주곡 op.16에 주목해야 할 텐데, 베토벤 32번에서는 페달의 과용으로 인한 울림의 흐림이 두드러지며, 리히테르의 베토벤 연주 중 손꼽기엔 어딘가 부족한 점이 느껴진다. 3중주곡은 그의 첫 녹음으로 생각되는데, 보로딘 4중주단의 멤버와 함께 연주한 이 연주에서는 스케일은 크지만 다소 거친 느낌과 실황에 따르는 기교적인 문제가 보인다. 훨씬 좋은 것은 op.16으로, 베토벤 초기의 '유희용 작품' 성격이 강한 이 곡이 이 스케일 큰 연주로 인해 전혀 다른 연주로 들려온다. 실황녹음이라서 그런지 초점이 약간 흐린 듯한 녹음이 아쉽다.
   이 에디션은 최만년의 리히테르의 상()을 보기에는 아주 좋은 전집으로 리히테르 애호가들에게는 좋겠지만,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낱장으로 이미 발매된 Philips, EMI, Melodya, DG 등의 전성기 음반들을 추천하고 싶다.

(c) 1997~ , 이영록 & A&R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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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16th Jun.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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