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테르에 대한 음악가들의 평

반 클라이번(1958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 후)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연주다.

에밀 길렐스(1955년 서방 첫 연주 여행에서)
  당신들의 칭찬은 정말 기쁘다. 하지만 저 산너머 우리나라에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라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그의 연주 솜씨는 나보다 천 배는 더 낫다.

글렌 굴드
  흔히 연주가 그룹은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첫 부류는 악기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연주가들로 역사적으로 볼 때 리스트나 파가니니 등이 이에 속하는데, 이들의 특징은 그 악마와도 같은 거장성(virtuosity)에 있다. 이들은 또한 청중들로 하여금 연주가 자신과 악기와의 광계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와 반대로 두번째 부류의 그룹은, 연주의 메카니즘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을 음악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그 음악에 대한 '환상'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이들은 연주가 아닌 음악 그 자체를 가지고 청중들과 교감을 이루는데,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는 이 부류를 대표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연주가라 할 수 있다.
  사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악기의 기계적 변화를 무시할 수 있는 연주가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히터와 같은 연주가들은 음악적 구조라는 바탕 위에 그 악기와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며, 그 결과 연주가 자신과 청중들 또한 거장성이나 악기에 대한 피상적 질문에서 벗어나 음악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영적 가치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연주가 음악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낸다는 근거는 연주가들이 결코 베토벤의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를 창조해 낼 수 없다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같은 연주를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음악을 한다는 것이 더욱 따분하게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리히테르는 자신의 연주를 연결고리로 작곡가와 청중들을 매개시켜 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 작품에 대해 새로이 인식하게 만들 뿐 아니라, 종종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깨고 그 작품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던 것은 19575월 모스크바 음악원이었다. 프로그램은 가장 긴 곡 중의 하나인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로 시작했는데, 리히테르의 템포는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중 가장 느렸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만 고백하도록 하자. 첫째, 나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거의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반복적 구조를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특히나 좀 긴 곡이라도 듣게 되면 무언가 불안정하고 어색함마저 느끼게 된다. 둘째는 레코드를 통해 음악을 주로 듣지 음악회에 거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이런 고백을 하는 이유는 리히테르의 첫 프레이즈 연주와 그 느린 템포가 주었던 감동 때문이다.
  사실 나는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슈베르트의 반복적 구조에 대한 편견은 이미 사라진 뒤였으며, 기껏해야 장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리히테르에 의해 중추적인 요소로 다가오고 있었다. 더우기 곡에 대한 분석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마치 즉흥연주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주었는데, 그의 음반을 들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바로 그 순간 나는 우리 시대가 낳은 최고의 음악 전달자를 보았던 것이다.

하인리히 노이하우스(그의 저서 '피아노 연주기법 The Art of Piano Playing ' 에서)
  ...어떤 작품을 처음 보고 그가 작품에 대하여 해석을 내릴 때 - 물론 그 작품이 피아노 작품이거나 오페라거나 또는 교향곡, 그 이외의 어떤 경우에도 - 즉석에서 내용의 측면뿐 아니라, 기술적인 능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작품에 대해 거의 완벽한 해석을 내린다...
  ...리히테르가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종종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지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의 연주에서는 리듬적인 요소들이 너무나 강하고, 리듬이 논리적이며 조직화되어 있고, 엄격하면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그가 연주하는 작품의 전체적인 결과도 그와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므로 때때로 몸짓을 통해 그의 연주에 동참하게 되는 유혹을 버릴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해서 피아니스트가 지적으로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는 큰 규모의 작품을 잘 소화할 수 있고 그가 우둔할수록 그는 큰 작품을 소화할 수 없게 된다. 첫째 경우의 피아니스트는 멀리 볼 수 있는 사상을 지닌 사람, 다시 말하면 수평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두번째 경우는 단견을 갖고 있는 사람 즉 바꾸어 말하면 수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리히테르의 연주 리듬을 찬탄해 마지 않는 이유다. - 사람들은 리히테르의 연주를 들으면, 그가 연주하고 있는 작품이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작품 전체가 자신 앞에 무한한 대지로 펼쳐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즉 우리가 한번 보고 금새 알아차릴 수 있도록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으며, 모든 구체적인 부분들이 마치 독수리가 무한히 높은 곳까지 비상하듯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앞으로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종종 만나거나 알고 지내는 피아니스트 중에서 리히테르와 같은 통일성과 구조, 음악적으로 폭이 넓고 예술적인 지평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의 연주를 거의 다 들어 보았다. 호프만, 부조니, 고도프스키, 카레뇨, 로장탈, 달베르, 자우어, 에시포바, 자펠니코프, 메트너, 그리고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연주도 거의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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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16th June,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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